저에게 ‘사직’이란 내 인생의 전부인 것 같아요. > 사직동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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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사직’이란 내 인생의 전부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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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동에 이사 온 지도 벌써 32년이 지났더라고요. 제가 처음 이곳으로 오게 된 계기는 사직동에 있는 무료급식소 때문이었어요. 여기서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이사를 왔고, 아직까지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죠. 이곳에서 어르신들을 위해 밥도 해드리고, 노래도 불러드리며 하루하루를 보람차게 보냈답니다. 그런데 요즘 코로나 때문에 이마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에요.

예전부터 저희 애들이 공이 많아서 공을 많이 드려야 한다는 말을 듣고 절을 자주 다녔었어요. 그러다 보니 시간도 많이 뺏기고, 경제적인 여유도 없다 보니 고민이 많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문득 전에 저희 친정어머니가 하신 말씀이 떠오르더라고요. 배고픈 사람 밥 주고, 추운 사람 옷 주고 하는 것이 가장 큰 공이라는 말씀을요. 그러다 마침 사직동에 무료급식소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고, 그쪽으로 이사를 가야 내가 봉사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쪽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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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 여기 막 왔을 때 너무 많은 정을 느꼈어요. 어르신들이 골목에 평상을 놓고 앉아서 집에서 하신 음식들을 가져오시면 서로 나눠 먹고, 옆에서 누가 아파하면 같이 아파하고 그런 시절이었죠 여기가.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어졌죠. 물론 지금은 나 살기 바빠서 그러겠지만 이제 그런 모습이 전혀 없어졌다는게 많이 안타깝더라고요.

특별히 이곳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젊은 분들이 너무 가슴 아프게 고독사를 당하신 경우를 볼 때였어요. 어르신들도 있지만 젊은 분들도 고독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너무 가슴이 아파요. 그래서 좀 더 젊은 분들을 관심하고 관리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지금까지 23년간 봉사를 해오고 있는데, 예전부터 저는 인덕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았어요. 그런데 몇 년 전부터 그게 저한테 다시 돌아오는게 느껴지더라고요. 어르신들이 조그만 물 한잔이라도 감사한 마음으로 저한테 주실 때 느껴졌죠. 이런 것들을 보면서 제가 어르신들한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어르신들이 그냥 저를 안 보시고, ‘오매~ 오매~’하시고, 반기시면서 안아줄 듯이 이렇게 하시거든요. 너무 뿌듯함을 느끼죠. 그런데 아무래도 이렇게 오래 봉사를 하다 보니 가족들이 서운해할 때도 적지 않았어요. 이곳에서 봉사하면서 저희 서방님과 3년 정도를 싸울 정도였으니까요. 서방님이 뭔가 먹고 싶은 걸 해달라고 하는데, 언제부턴가 저에게 봉사가 먼저가 돼서 못 해주거나 잊어버릴 때가 많았거든요. 너무 밖으로 돌다 보면 가정에 소홀해지고, 그래서 불화가 많이 생겼었죠. 우리 애들도 처음에는 신경을 써주지 못해 불화가 있었지만, 우리 애들이 착하게 잘 커 줘서 그나마 나의 봉사의 덕이었나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만약 누군가 나에게 상을 준다면 그건 우리 가족들에게 모두 돌리고 싶어요. 제가 지금 시내에서 구두 닦는 일을 하고 있는데, 우리 애기 아빠가 저를 엄청 많이 도와주고 있어요. 시내에서 해야 되는 일도 일단 봉사 먼저 하고 오라고 항상 먼저 배려를 해주고 그래요. 그것에 항상 감사하고 요즘에 서방님한테 더 잘하려고 노력하는데, 물론 본인은 아직 불만이 많긴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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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어르신들이 밖을 못 나오시니까 제가 일주일에 2번씩 집집마다 도시락을 가져다드리고 있어요. 제가 오면 어르신들이 엄청 좋아하세요. 밥을 떠나서 자네가 안오면 내가 어디다 말할 사람도 없고, 누가 찾아오지도 않는데 이렇게 와서 이야기해주고 나의 건강까지 살펴주니 너무 좋다고요. 그럼 그 말씀 한마디에 어르신보다 제 마음이 더 따뜻해져요. 그래서 날마다 도시락을 챙기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요즘에는 코로나 때문에 젊은 분들이 취업을 많이 못 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요즘은 원룸 주인들에게 연락해서 진짜 힘든 생활을 하시는 분이 있냐고 물어봐서 그분들한테 도시락을 가져다 드리고 있어요. 그러면 그분들이 너무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아까도 전화 와서 진짜 고맙다고 하시는데, 오히려 제가 너무 감사함이 들더라고요. 저의 바람이 있다면 사직동이 다시 예전과 같은 정스러움이 생기는 거에요. 저는 재개발보다는 이런 집들을 다시 재생해서 진짜 처음처럼 다정하게 사는 그런 모습이 됐으면 좋겠어요. 요즘은 도시 재생이 생겨서 집들을 다 고치고 있는데 그게 너무 좋더라고요.

자꾸 왔다 갔다 하시면서 이야기 거리도 생기고, 집도 예쁘게 고쳐주시니까 이것 때문에 요즘 어르신들과 소통이 더 되는 것 같더라고요. 앞으로도 우리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이곳이 훨씬 더 좋아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에게 사직이란 내 인생의 전부인 것 같아요. 마치 사직동을 위해서 내가 사는 것 같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어요.



Interview of 신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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